Save the World:END - Ezra|Reiner - (BGM 有)
(316 - 빈 집)
귀를 찢을 듯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오른팔이 있던 자리로부터 타는 듯한 고통이 덮쳐왔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가슴을 채운 먹먹함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총성이 사라진 주변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 중심에 있던 이는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 주변으로 붉디붉은 선혈이 번졌다. 그 광경을 끝까지 눈으로 담아냈다. 번져나가는 선혈을 바라보다가 축 늘어진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제 한쪽 밖에 남지 않은 팔로 그를 안아들었다.
그의 몸에, 그리고 옷에. 피가 더 번지지 않도록.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그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하나밖에 없는 팔로 어깨를 감싸 품에 끌어안았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에즈라.”
정적을 깨고 나직하게 이름을 불렀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부름이 사라지자마자 다시금 정적이 채워졌다. 몸이 서늘해지는 정적에 비어있던 가슴이 더욱 시려왔다.
불러봤자 답이 없음을 앎에도, 이름을 불렀다.
에즈라 아르테미스.
오직 한명을 가리키는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입안에서 끝없이 이름을 되뇌었다. 이제 부를 수 없게 된 이름을, 부른다한들 답이 오지 않게 된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그가 답해줄 수 있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이 불러주었다.
더 이상 부를 수 없었기에.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불렀다.
품안에 있는 이의 온기는 서서히 식어갔다. 본래부터 차가웠던 몸이 점차 얼음장처럼 싸늘해져갔다. 이미 비었던 가슴에 차가움이 번져 심장이 얼어붙을 것처럼 아팠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탁한 숨을 가까스로 내뱉었다.
금이 갔던 마음이 결국 부서지기 시작했다. 소중한 것 하나가 조각조각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를 채우던 온기 하나가 산산이 부서졌다.
품안에 있는 그의 몸은 완전히 차가워져있었다. 그에 따라 심장도 서늘해졌다. 너무 차가워진 심장은 쓰라리게 아프기 시작했다.
“…그대를 잃고 싶지 않았어.”
팔로만 안고 있던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로, 조금은 묵직해진 몸을 안았다. 품안에 닿은 체온이 너무나 차가워서, 쓰라렸던 심장이 다시금 후벼 파지는 듯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까스로 참았던 눈물이 결국 뺨을 타고 흘렀다.
상실을 겪는 것이 두려웠다. 소중한 것을 또 잃고 싶지 않았다. 가슴이 텅 비어버리고, 그 자리를 슬픔이 가득 채우는 것이 싫었다. 소중한 것을 상실해도, 기억은 계속됐다. 너무나 소중했기에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었고, 너무나 소중했기에 기억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다. 수없이 그리워하고 이름을 불러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현실이 미치도록 슬펐다.
죽음이라는 이별은, 깊은 상처만을 남겼다. 진득한 슬픔을 남긴 채,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되곤 했다. 기억조차도 슬픔으로 물들여버리는 잔인한 이별이.
“……그대와, 조금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
떠나는 이의 발목을 잡을 수 없어 눌러 담은 말을 꺼냈다. 목구멍까지 숨이 턱 막혀왔다. 억눌렸던 슬픔이 가슴을 옥죄었다.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벗어나, 이제야 겨우 사람다워질 수 있었다. 더 이상 상실에 아파하지 않아도 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손아귀에 움켜쥐어도 된다고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소중했기에 움켜쥐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조금 더 긴 시간을 함께 있고 싶었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서 함께 있고 싶었다. 계약자로서, 친우로서. 오래도록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텅 비었던 가슴을 채워주었기에. 소중한 존재였다.
“그대가 죽음을 바랐기에, 나는 그대의 뜻을 존중했어. 이것이 그대에게 더 나은 일이라면, 그대를 잃은 상실은 감내할 수 있어. 내게 있어 중요한 건 그대의 바람이니까. 하지만……가슴이 아파. 에즈라. 나는, 그대를 잃고 싶지 않았어. 나는,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어. 나는……그대의 이름을, 조금 더 많이 불러주고 싶었어.”
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울음에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에도 말은 멈추지 않았다. 끌어안은 몸도 놓지 않았다. 품안을 차가움이 가득 채웠고 목도 점점 메어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감내하려 했던 상실이건만, 슬픔이 너무 컸다. 중요한 조각 하나가 빠져버린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젠 약내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머무르던 마나도 사라졌다. 마나와 함께 흘러들어오던 엷은 공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아주 자그맣게 흘러온 두려움에, 미칠 듯한 후회가 밀려왔다.
기억 속의 그는 언제나처럼 오만하게 웃고 있는데, 어찌 눈앞의 이는 피로 젖어있는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답해주던 목소리는 여전히 생생했는데, 어찌하여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은가. 어딜 가든 어렴풋이 느껴지던 약내가, 왜 사라져야했는가.
상실에 숨이 막혔다.
“…나는 그대에게서 등 돌리지 않아. 그대를 두고 홀로 걸어가지 않아. 그대를…잊지 않아. 나 역시 그대와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어. 그리고 지금, 그대가 없어 가슴이 아파. 에즈라.”
무슨 말을 쏟아낸들 닿지 않았다. 이제 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떠난 이의 자장가를, 목소리를 그리워해봐야 들려오는 것은 없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가슴 시리게 원해도 그 누구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슬펐다. 그렇기에 무서웠다. 상실이 싫었다.
공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조금이나마 상실을 잊을 수 있게 해주던 이는 내게 다시금 공허와 상실을 안겨주고 떠났다.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는 지울 수 없는 상흔에 그의 기억이 머물렀다.
내 어찌 그대를 잃겠는가.
사라지지 않을 슬픔 하나가, 깊디깊은 상흔 속에 새겨졌다. 즐거웠던, 그리고 소중했던 기억이 상흔 속에 새겨진 슬픔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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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찌……그대를 잊겠는가.